자폐아 키우며 세상 이해한, 김형두
김형두 재판관의 가족사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그는 2023년 4월 1일 마이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1991년 결혼해 아들 둘을 두었는데 둘째가 자폐성 장애 1급 진단을 받은 자폐아입니다. 유난히도 잘 생기고 순한 아이였던 둘째가 자폐 진단을 받고 나서 우리 가족의 생활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자고 싶을 때 마음대로 잘 수 없고, 쉬고 싶을 때 편히 쉴 수가 없으며, 둘째랑 같이 외출을 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고단한 처지가 됐습니다. 제 처는 천직으로 생각하던 교사직을 포기하고 둘째 뒷바라지에 전념해야 했고, 첫째는 둘째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폐아의 형이라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제 처와 저의 몸에는 둘째로부터 꼬집히거나 물려서 생긴 상처, 그리고 흉터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둘째를 돌봐왔으며 우리 둘째는 가족들로부터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둘째를 돌봐야 하는 힘겹고 고단한 생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힘겨운 삶의 경험들은 저에게 세상에는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고 주변에 우리 가족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내 처지가 좀 어렵더라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저로 하여금 세상을 좀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법관으로서의 자세나 시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자폐 둘째 아이가 깊게 빚은 내 삶
김 재판관은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진정한 사회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중추적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제게 헌법재판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헌법의 이념이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되어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자,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실질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한편 헌법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이뤄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재판관은 실제 ‘혼신의 힘’을 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2월 25일 부친상을 당했음에도 정상 출근해 이틀 뒤 열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 준비 기일을 준비했습니다.
20년 넘게 둘째 아들과 매주 산에 오르고 있으며,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자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는 달리기 대회나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식 등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튜브 채널 ‘하이머스터드’에서 올린, 김 재판관이 아들과 함께 등산하며 진행한 인터뷰 영상엔 누리꾼들의 응원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계엄 사태를 지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꿋꿋이 버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돌아가는 것 같다”, “나의 평범함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응원합니다”, “이런 삶이 법정에서도 드러나는 거네요” 등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