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타고난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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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슈

당신은 타고난 러너!

by 키워드1223 2025. 2. 21.

달리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속도나 거리가 조금만 늘어나도 전투를 치르듯 괴로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나는 달리기 재능을 타고났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타고난 러너!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흙길에선 먼지가 올라왔습니다. 귓가에선 두 다리로 땅을 박차는 소리가 박자를 이뤘습니다. 웅덩이를 건너고 바위를 뛰어넘을 때는 가볍게 빗방울도 날렸습니다. 산뜻함과 해방감, 완전한 평화. 이런 것들을 느끼며, 나는 그저 계속 달려갔습니다.


달리기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누리는 신체활동입니다. 미국만 봐도 약 6400만 명의 달리기 애호가들이 있고, 다른 국가에도 달리기를 즐기는 인구가 꽤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에 따르면, 2022년 마라톤 대회 참가자는 전년 대비 약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마라톤 입문자들이 늘어난 덕입니다.


그리고 2023년 한 해 ‘파크런(주말에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서 5km를 함께 달리는 행사)’ 참가자 역시 8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달리기의 인기 비결은 아마도 접근성일 것입니다. 체육관이나 고가의 장비(물론 이견도 있을 것이다)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운동화만 신고 문밖을 나서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유전적 요인에서 이 차이가 나올 수 있다는 연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아라 매긴은 2024년 올림픽을 대비해 현재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서 고지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연방 대회와 유럽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땄고, 세계 선수권 대회 4위 및 아일랜드 최고 기록(800m, 1000m, 1500m) 등의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올해 31세인 그는 최근 5km를 일반인들의 평균 완주 시간의 2분의 1도 안 되는 ‘15분 13초’에 완주하며 파크런 세계 기록도 세웠습니다.


매긴은 매일 아침 7시에 훈련을 시작합니다. 그의 긍정적인 태도와 달리기에 대한 순수한 애정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매긴은 “어렸을 때부터 ‘카모지’라는 운동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카모지는 필드하키랑 비슷한 아일랜드의 운동입니다. 저는 달리기 지구력이 좋아서 미드필더 역할을 했어요. 제 달리기가 가장 빨랐던 것은 아닙니다. 단거리 전력질주 시합에선 우승하지 못할 때도 있었으니까요.”

 

 


매긴은 마라톤이나 단거리 전력질주보다는, 중거리 달리기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런 장점은 남들과 경쟁하면서 자연스레 발견됐습니다. 매긴은 “시합의 스릴과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정말 짜릿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기꺼이 쏟아부었어요. 시합에 나가기 위해 고통스럽게 훈련하기도 했죠. 하지만 제가 항상 ‘난 엄청나게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사실 매긴은 최고 수준의 운동 능력을 타고났습니다. 그는 “유전적 요소 없이 최고 수준의 육상 선수와 겨루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피드 유전자’는 과학자들이 20년 넘게 그 존재 여부를 연구해 온 대상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유전적 구성이 운동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운동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적 변이는 200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엘리트 운동선수가 되는 것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변이만 해도 최소 20가지입니다.


하지만 유전적 요소만으로 운동선수가 되는 건 아닙니다. 엘리트 선수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다만 적절한 훈련과 무수히 많은 다른 환경적 요인이 결합되면, 운동선수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스피드 유전자라고 불리는 ‘ACTN3(알파-액티닌-3)’는 빠르게 수축하는 근육 섬유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입니다. 골격근은 수백, 때론 수천 개의 근육 섬유가 서로 묶여 있고 결합 조직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개별 골격근 섬유는 하나의 원통형 근육 세포이며 수축 속도에 따라 구분됩니다.

 

 


‘유형 I’ 또는 “느린 수축” 섬유는 장거리 육상이나 사이클 등 지구력을 요하는 종목 선수에게서 많이 발견됩니다. 반면, ‘유형 2’ 또는 “빠른 수축” 섬유는 역도나 단거리 육상처럼 폭발적인 힘을 겨루는 종목의 선수에게 많습니다.


최근 영국 엑서터 대학의 스포츠 과학자인 헨리 청의 연구팀은 ‘운동에서 유전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이들은 20~40세 사이의 영국인 남녀 45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달리기를 하게 했습니다.


청은 “일반적으로 8주 동안 이렇게 운동하면 심폐 호흡 능력 또는 산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능력인 최대산소섭취량(VO2 max)이 10% 향상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선) 편차가 크게 나타났어요. 어떤 사람은 20%, 어떤 사람은 5%만 향상됐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죠.”

 

 


연구팀은 운동 효과를 측정한 뒤,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청은 “3000개가 넘는 다양한 유전자를 살펴봤는데 19개의 특정 유전자가 계속 발견됐다”며 “모두 체력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은 이런 유전자의 존재는 과거에도 보고된 적이 있지만, 이를 서로 연관지은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대산소섭취량이 20% 정도 개선된 사람들은 이 19개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는 반면, 운동 효과가 크지 않았던 사람들은 관련 유전자를 한 두 개만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확인된 19개의 유전자 중 하나는 공격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과 관련된 ‘모노아민 산화효소 A(MAOA)’로 알려진 이른바 “전사 유전자”였습니다.

 

 


청은 “전사 유전자는 우리에게 ‘달려야 해, 움직여야 해’라고 말하며 생존 본능을 깨우는 유전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서 훈련 효과를 최대한으로 발현시키는 유전적 구성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31%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유전적 한계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계에선 최초의 근대 올림픽 이후 훈련 방법론이 발전하고 경기장 바닥과 신발이 개선되면서, 육상 세계 기록이 극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어쩌면 느린 수축 근육 섬유도 훈련을 통해 빠른 수축 섬유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좀처럼 달리기 속도가 늘지 않은 이들에게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국 배스 대학에서 생체역학을 연구하는 스테피 콜리어는 “빠르게 달리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체중과 비교했을 때 정말 큰 힘을 지면에 빠르게 가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더 빨리 달리려면, 더 많은 힘을 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콜리어는 단거리 전력질주 능력을 개선하기 요소는 개인의 발전 단계에 따라 “아주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단거리 전력질주는 가속 단계와 최대 속도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콜리어는 가속은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높고 달리기를 진행할수록 감소한다고 말했습니다.


속도가 증가하면 지면과 접촉하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따라서 힘을 가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은 가속에 필요한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접촉 시간이 너무 짧아졌을 때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버티는 겁니다. 보통 육상 100m 경기에선 마지막에 약간의 감속 단계도 나오긴 합니다.”


콜리어는 최대 속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면, 근육을 조화로운 방식으로 활성화(수축시켜 힘을 내는 것)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근력과 힘, 기술의 조합이 필요한 것입니다.


콜리어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 생기는 제동력을 줄이려면, 발이 몸 앞쪽이 아닌 몸 아래쪽 지면에 닿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면과의 접촉을 작게 만들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지면을 차고 나온 발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는 “(잘 달리기 위해선) 발을 앞뒤로 움직이는 단계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허벅지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허벅지의 높이를 낮추고 지면을 미는 동작을 빨리 할 수 있어야 더 많은 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나처럼 달리기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이 모든 걸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훈련에 적용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긴은 “할 수 있는 건 정말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달릴 때마다 제 자신에게 작은 신호를 보냅니다. 머릿속으로 ‘탭(가볍게 쳐라), 탭, 탭, 탭, 탭’이라고 하는데요. 빠르게 땅을 찍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매긴은 경사가 있는 곳에서 하는 훈련도 추천했습니다. “저는 10초 이내로 빠르게 경사로를 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대한 경사로를 빠르게 뛰어올라가 보세요. 그리고 언덕 아래로 다시 걸어 내려와 완전히 회복한 다음 다시 올라가는 거죠.” 그리고 운동할 때는 자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누군가 제 가슴에 줄을 연결해 앞쪽 45도 각도로 잡아당긴다고 상상합니다. 저는 양팔의 앞뒤 움직임과 하체의 ‘트리플 익스텐션(발목, 무릎, 고관절을 동시에 펴고 잠그는 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발은 땅에 닿고 다리를 쭉 뻗고 엉덩이를 쭉 뻗습니다. 그런 다음 최대한 빨리 다리를 들어서 접어요. 이 훈련이 정말 도움이 됩니다.”


매긴은 또 달리는 속도도 변화를 주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전 경기보다 약간 느린 페이스로” 운동을 하는 것, 장거리 달리기 끝에 약간의 빠른 걷기 운동을 추가하는 것, ‘파틀렉 훈련’을 하는 것 등입니다.


그는 “파틀렉은 3분간 빠르게 달리고 1분간 천천히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라며 “짧은 구간을 달리기 때문에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메긴은 “이런 훈련이 실력 향상에 정말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달리기가 더 빨라지려면 유산소 운동 능력을 높여서 마지막에 구간에 전력질주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에게 달리기는 만만한 운동이 아닙니다. 나의 5km 기록은 몇 달째 약 30분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과연 속도가 중요할까요?


달리기에는 시간 단축 성취감보다 훨씬 더 많은 이점을 줍니다. 우선 달리기는 심장과 뼈에 좋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고, 장수에도 도움이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천천히 달리는 것’이 빠른 속도보다 더 유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상 위험을 줄이고 최대산소섭취량과 궁극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매긴은 타고난 능력은 부족해도 지속적으로 훈련을 하는 이들을 칭찬했습니다. 그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재능은 있지만 운동을 지속하는 정신력이 부족한 선수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이런 경우는 참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고난 상황은 좋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청 역시 “스피드 유전자를 타고났는데 열심히 노력까지 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출처]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d18wkj859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