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한국인 가입자 66만 명.. 공무원, 교수, 목사, 기자까지...
2. 현직 판검사, 시의원까지... “가입 사실 없다”
2.1. 판·검사 이메일 확인... “가입한 적 없어 메일 도용 의심”
2.2. 공무원 19명 “가입은 했지만 실제 활동한 적은 없다”
1. 한국인 가입자 66만 명.. 공무원, 교수, 목사, 기자까지...
이른바 ‘외도 조장 사이트’로 불리는 애슐리 매디슨의 가입자 정보를 뉴스타파가 분석했더니 한국 가입자가 66만 명이었고, 공무원 계정 200여 개와 대학교수 계정 20여 개가 발견됐습니다. 상당수가 가입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외도를 권하는 기혼 남녀 만남 중개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 여기에 가입한 한국인들은 얼마나 될까, 또 그들은 누구일까?
최근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들에서는 애슐리 매디슨의 가입자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돼 큰 이슈가 됐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데이터를 입수해 한국인 가입자들과 관련한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분석 결과 이 사안이 단순한 말초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공적 감시의 영역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입각해 뉴스타파 제작진은 여러 차례 진지한 논의 끝에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분석 결과, 가입 당시 자신의 국가를 한국이라고 표시한 사람은 무려 66만 7천2백96명이었습니다. 가입자 숫자로는 전체 53개 국가 가운데 9위, 인구 대비 가입자 비율로는 17위였습니다.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이트 폐쇄를 당했고 올해 초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자 4월에 서비스를 재개했습니다. 당시 애슐리 매디슨은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불과 석 달 만에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는데, 한국 가입자는 이미 60만 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짧은 영업 기간을 감안하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한국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의 경우, 이번에 유출된 데이터를 보면 전체 가입자 수도 한국보다 훨씬 적었고, 인구 대비 가입자 비율은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이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럼 일본은 자체 회사가 있어서 그런걸 수도...
뉴스타파가 입수한 파일에는, 가입자의 이메일 계정과 닉네임, 최종 이메일 답변 시점, 접속 위치 등의 정보가 들어있었습니다. 우선, go.kr과 korea.kr 도메인을 가진 공무원들의 이메일 계정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확인 결과 go.kr 도메인을 가진 계정이 67건, korea.kr을 가진 계정이 169건이었습니다. (이메일을 보냈더니 40통이 반송되었으므로 유효한 메일 주소는 129건으로 추정됩니다. 뉴스타파는 각 정부 기관에 해당 메일이 유효한 메일인지를 묻는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며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go.kr 도메인을 가진 이메일 가운데는 경기도청 소속이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시청 3건, 서울의 각 구청이 8건 등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이 많았습니다. police.go.kr, 즉 경찰청 도메인의 이메일 계정도 4건 나왔습니다. scourt.go.kr 도메인, 즉 법원 직원의 업무용 메일 주소는 1개, spo.go.kr 도메인, 즉 검찰 직원의 업무용 메일 주소는 3개 포함돼 있었습니다.
특히 법원과 검찰 직원의 이메일 계정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계정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와대 도메인을 가진 이메일도 2개 발견됐지만 하나는 webmaster@president.go.kr, 다른 하나는 fuxxxxng@president.go.kr 이어서 정상적인 개인 사용자의 계정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밖에 각 시도의 교육청, 소방서, 각종 공공 기관들의 도메인을 가진 이메일 계정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ac.kr 도메인을 가진 계정, 즉 대학교와 연관된 계정은 240개나 나왔습니다. 상당수는 학생이나 대학원생, 대학교 교직원의 이메일 계정이었고 교수로 확인된 계정은 23개였습니다. 뉴스타파가 이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질의한 결과 이 가운데 3명은 가입 사실을 인정했고, 2명은 메일 주소 도용을 주장했으며 나머지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 kbs의 경우, kbs.co.kr 도메인을 가진 메일 주소가 8개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4명은 실제 kbs의 전현직 직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은 취재나 프로그램 제작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모두 취재나 프로그램 제작 때문에 가입했다고 말했습니다.
개신교 목사의 이메일 역시 2개가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하나는 가입자의 접속 위치가 미국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의 목사는 “시대적인 경향과 성 문화를 알기 위해 가입했으며 이것은 설교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한 번 가입해 둘러보았을 뿐 그 뒤로는 한 번도 접속을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갑자기 이메일 받으면, 황당하고, 초조히고, 당황스러울 듯...
대기업 직원들의 이메일 역시 다수 발견됐습니다. 우리나라 10대 기업의 도메인을 가진 이메일 계정만 추려봤더니 모두 114건이 나왔습니다. 기업별로는 삼성이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sk가 33건, 두산이 14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사기업 직원들의 경우 사생활임을 고려해 이메일을 보내거나 메일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작업은 별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가운데 몇 개가 유효한 계정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성인이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하거나 혹은 더 나아가 이를 외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제삼자가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정보가 유출된 당사자들은 불법 해킹으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점에 깊이 유의해 수집한 이메일을 철저히 관리했으며 당사자 취재 범위 역시 공적 영역으로만 한정했습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직원, 국립대학교의 교직원이 업무용 메일로 이 같은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또 개인 메일로 가입했다 하더라도 선출직이나 고위 공직자인 경우, 또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종교인이 가입한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현직 판검사, 시의원까지... “가입 사실 없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 정보 가운데는 현직 판사와 검사, 서울시의원들의 이메일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가입사실이 기억나지 않거나 메일 주소를 도용당한 것 같다며 가입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애슐리 매디슨 한국인 가입자들의 이메일 계정을 분석한 결과, 현직 판사와 검사의 이메일도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서울시 의원과 정부부처 공무원 등 수백 명의 공직자 이메일 계정도 발견됐습니다.
뉴스타파는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하거나 활동한 것은 성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나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에는 의혹에 대해 최소한의 해명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때문에 조심스럽게 당사자들과 접촉해 해명을 들었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공직자들은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가입했어도 실질적 활동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판·검사 이메일 확인...“가입한 적 없어 메일 도용 의심”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된 현직 판사와 검사 등 법조인은 14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판사 1명, 검사 2명,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11명이었습니다.
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는 한 판사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애슐리 매디슨이라는 사이트를 언론을 통해 접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사이트에 가입한 기억은 없다"라며 "만약 가입을 했다면 호기심에서 했을 테지만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부처에 파견 근무 중인 한 검사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은 이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자신의 이메일 계정이 도용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답변했습니다. 특히 이 검사는 방송 직전까지 취재진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관련 보도 자체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검사는 “혹시나 보도가 나가더라도 '검사'나 '검찰 직원' 등의 직종 자체를 절대 언급하지 말라”며 “강력한 경고에도 특정 직업이 언급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함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무슨 미친 개한테 물린 심정입니다... 관련 보도를 실행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당신이 '검찰' 또는 '검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사 명의도용이라 주장한다는 언급을 덧붙인다 하더라도… 심각한 명예훼손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한 특정 직업명(검사, 검찰)을 언급하면 절대 안 됨.
- 해당 검사 이메일 내용 중 발췌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또 다른 검사의 경우에는 현재 부재중으로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검사는 취재진의 이메일 문의에도 회신하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 명단에는 또, 서울시 의원 3명의 이메일 계정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해당 서울시 의원들은 모두 “가입한 사실이 없으며 이메일 계정이 도용된 것 같다”라고 말했고, 이 중 한 의원은 “가입한 적도 없는 사이트에서 ‘어떤 여성이 찾고 있다’며 계속 이상한 이메일을 보내오더라, 그래서 모두 스팸처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애슐리 매디슨은 가입 당시 별도의 이메일 인증절차가 없습니다. 가짜 메일을 만들어 가입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휴대폰 대신 오로지 ‘이메일’을 통해서 만 이성과 연락을 주고받도록 돼 있습니다.
즉, 도용한 이메일로는 이성과 아무런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만약 이메일을 도용당한 것 같다는 공직자들의 해명이 맞다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들 공직자들의 이메일을 도용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공무원 19명 “가입은 했지만 실제 활동한 적은 없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이메일 계정 가운데는 ‘go.kr’, ‘korea.kr’등 공무원들의 공식 업무용 이메일 계정도 236개나 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가입 경위를 물었습니다.
저희는 모든 성인들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의도에서 이런 메일을 드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적인 업무에 쓰여야 할 이메일 주소를 불륜 등 사적인 만남을 위해 사용하신 점은 사회적 비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뉴스타파가 업무용 계정이 확인된 공무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236명 가운데 25명으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이중 6명은 이메일 계정이 도용됐다고 주장했지만, 나머지 19명은 가입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다만 모두 실질적 활동을 한 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일회성으로 가입만 했을 뿐 지금은 들어가지도 않고 어떤 활동을 한 것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적인 활동에 업무용 이메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저는 아들과 딸을 둔 아이들의 아버지고, 한 여자의 남편입니다. 부디 제 사정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시어 가정과 사회에 부끄러운 가장, 몰지각한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ㅇㅇ도청 공무원이 보내온 이메일 내용 중
공무원들이 업무용 이메일로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했다고 해서 범법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업무시간과 상관없이 품위를 유지해야 하지만, 가입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어떤 행위를 한 것이 드러난다면 징계대상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 가운데 돈을 내고 ‘실질적’ 활동을 했다고 인정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애슐리 매디슨은 올해만 한국에서 8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5년 내 전 세계 3위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자체 전망했습니다.
[출처]
https://newstapa.org/article/VRY9Q
https://www.newstapa.org/article/sIlKs
https://www.newstapa.org/article/8Yw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