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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오병이어 기적, 정진석 추기경, 도시락 공유

by 키워드1223 2024. 8. 20.

오병이어는 빵 5개 물고기 2마리고 예수가 5000명 이상을 먹였다는 기적입니다. 정진석 추기경이 2008년 12월 29일에 '고통'과 '참다운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그 메시지 가운데 오병이어 일화에 대한 답을 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
Credit: 나무위키

 

 
 

정진석 추기경이 말하는 '오병이어'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서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 (여자와 아이들은 제외한 수치)의 군중을 배불리 먹였다는 기적 일화입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그 사건을 기적 대신 '예수의 마음'과 '예수의 사랑'으로 풀었습니다. 

 

성경을 보세요. 어린이와 여자를 빼고도 5000명이 모였죠. 그럼 적어도 7000~8000명은 됐다는 겁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들을 50명씩 혹은 100명씩 무리 지어 앉게 하셨어요. 서로 낯선 이들이었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죠. 물론 그중 일부는 같은 마을 사람도 있었겠죠.
-정진석 추기경

 

당시 예수는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한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모인 이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러고도 남은 조각을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성경에는 기록돼 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사람들 사이에는 '친밀도'가 있다고 했습니다. 
 

가장 친밀한 이들이 가족이죠. 그다음에 학벌로 뭉친 이들 이권을 위해 모인 사람들 등이죠. 그럼 가장 친밀도가 낮은 이들은 누굴까요. 시장 바닥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언제 볼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마음을 안 여는 사이죠.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 모인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죠.
-정진석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은 예수가 올린 '감사의 기도'에 주목했습니다. 
 

 

 

그게 어떤 기도였을까요. 그건 '마음을 열어라. 하나님께 감사하라'는 내용이었을 겁니다. 그런 예수님의 기도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이 열린 겁니다. 그래서 저마다 품 안에 숨겨 두었던 도시락을 꺼냈던 거죠.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 겁니다. 자신이 굶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그렇게 나누고 남은 열두 광주리를 채웠다는 겁니다. 거기에 '오병이어' 일화의 진정한 뜻이 있습니다. 

셩경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두 마리 세 마리로 불어났다는 기록은 없어요.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도 없어요. 그럼 예수님이 보이신 진정한 기적은 뭘까요. 다름 아닌 꼭꼭 닫혔던 사람들의 마음을 여신 거죠. 사람들이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웃과 도시락을 나누게 하신 거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요.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겁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를 보세요.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죠. 그런 공동체 의식이 필요합니다. 한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가 아닙니다. 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세요. 사자가 먹다가 남기면 독수리가 와서 먹죠. 독수리가 남기면 그다음으로 약한 동물이 와서 먹죠. 그렇게 다들 와서 남김없이 다 먹죠. 그게 공평입니다. 그게 자연의 섭리죠.

동물에겐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본능'이 있죠. 반면 인간에게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욕망을 절제할 수 있고 남용할 수도 있고 악용할 수도 있죠. 자유를 잘 쓰면 달라지죠. 희생하고 기부하고 약자를 도와주는 선행은 인간의 자유 의지에서 우러나는 거죠.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살리는 일 그건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정진석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은 여기에 열쇠가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 한파의 어둡고 긴 터널을 우리가 어떻게 지나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고 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2009년 1월 2일 [정진석 추기경의 새해 메시지] 나눠야 넉넉... 그것이 '오병이어 기적'
 
 

 
 

정진석

● 1931년 서울 수표동
  친가와 외가 모두 4대째 독실한 천주교 집안
  중앙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한국전쟁
  군 복무 중 숱한 죽음을 겪으면서 "내 삶의 뜻을 깨달을 수 있게 해 달라"라고 기도
  전쟁이 끝난 후 가톨릭 신학대 입학
  30세 사세 서품
  39세(1970년) 국내 최연소 주교
  2006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

●  2021년 4월 27일 (향년 8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