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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형배의 ‘TF 대본 발언’

by 키워드1223 2025. 2. 19.

“말 그대로다. 제 말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라. 자꾸 오해를 하시는데 이게 제가 (재판을) 진행하는 대본이다. 이건 제가 쓴 게 아니다. TF(태스크포스)에서 다 올라온 거고, 이 대본에 대해서 8분(의 재판관)이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말하는 것이지, 제가 덧붙여하는 것은 전혀 없다.”

 

 

 

문형배의 ‘TF 대본 발언’

헌법재판소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보수 진영이 이번에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헌재 재판관 8인(정원 9인 중 1인 공석)의 의견을 토대로 한 연구관들의 정리 내용이 재판 진행에 활용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진 지 나흘 만에 헌재에는 200여 건의 이의 신청이 제기됐습니다.

논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기일에서 등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정원장을 직접 신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문 권한대행이 이를 제지하자 “본인이 직접 물을 순 없느냐”며 관련 규정을 물었습니다. 변호인도 “근거가 무엇이냐”며 되묻기 시작했습니다. 재판관 평의에서 정리된 재판 진행 절차를 문제 삼은 것입니다.

그동안 재판 진행 방식은 이랬습니다. 청구인인 국회 측,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에게는 각각 45분의 증인신문 시간이 기본적으로 보장됐습니다. 한 당사자가 시간을 초과하면 다른 당사자에게도 동일한 시간이 부여됐습니다. 헌재 재판관들은 ‘초시계’까지 동원해 시간을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주신문 시간(30분)이 남거나 부족하면, 나머지 시간(15분)을 미리 끌어오거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했습니다. 현재까지 한 당사자만이 더 많은 시간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당사자의 직접 신문은 제한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질의한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평의에서 증인신문은 양 당사자의 대리인들만 하기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 당사자는 의견진술만 하도록 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변론기일마다 시간이 주어진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윤 대통령은 증인신문이 끝나면 별도로 의견을 내 왔습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런데도 재판 진행 절차를 도마 위에 오르자 ‘대본 발언’까지 꺼냈습니다. “법적 근거는 소송 지휘권 행사”라면서 “만장일치로 (평의에서) 의결했고 바꾸길 원한다면 재판관이 다시 나가서 논의하겠다”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TF 대본도 공개했습니다. 재판관 8인이 평의에서 재판 진행 절차 등을 논의하고, 헌법연구관들로 구성된 TF가 합의된 대로 작성한 서류를 참고해 재판을 진행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해명이 논란만 키운 모습입니다. 헌재 홈페이지에는 TF와 관련해 200여 건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TF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대본을 읽는다”는 해명을 문장 그대로 해석하며 재판관들을 꼭두각시에 비유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일부 보수 인사는 문 권한대행의 발언을 공개 저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접수 초기에 헌법연구관으로 TF를 구성해서 사건을 심리한다고 했다”며 “변론 대본이란 건 재판부에서 합의해서 연구부에 지시하면 초안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그 내용은 재판부 합의로 언제든 변경 가능하고 일종의 절차 진행 초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헌재 연구관들이 재판관 평의 내용 등을 서류로 정리하며 재판관 업무를 보조한다는 건 법조계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도 합니다. 다만 문 권한대행이 동창 카페에 올라온 음란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허위 정보까지 ‘헌재 흔들기’에 활용되는 상황에서, 문 권한대행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시사저널(https://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