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착륙 중 활주로 이탈로 참사가 발생한 이후 이재명 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2건의 글. '국민을 향해 쏴라'라는 문구가 담긴 언어유희글은 삭제됐습니다.
"윤&한, 국민향해 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를 저지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사실상 싸잡은 언어유희글을 올렸다가 이내 삭제했습니다.
당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것을 제도권과 여론이 인지한 시점 게재된 탓에 논란이 일었고, 이재명 대표는 해당 글을 지운 뒤 "일분일초가 시급한 위기 상황"이라며 장관급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 중인 행정당국에 사고수습을 요청하는 글을 다시 올렸습니다.
앞서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181명을 태운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 시도 중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언론에선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오전 9시 28분쯤 '무안공항서 항공기 활주로 이탈해 충돌'을 처음 타전했습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한동훈 전 당대표 등이 오전 10시 10분을 전후로 페이스북에 '인명구조' 촉구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이 무렵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내일을 향해 쏴라!-부치 & 선댄스. 국민을 향해 쏴라! -윤 & 한"이라고 글을 올린 상태였습니다.
미국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69년)와 주인공이자 실존 은행강도단 부치와 선댄스를 소재 삼았고, 윤 대통령이 국회에 투입시킨 군·경에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로 지시한 의혹을 '국민을 향해 쏴라'라고 빗대어 풍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 한'은 이른바 '윤·한 관계'처럼 윤 대통령에 한동훈 전 대표까지 의식한 표현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검사 선·후배이지만 계엄해제, 대통령 퇴진·탄핵으로 관계가 단절된 둘을 '콤비'로 묶으려 한 셈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가리켰더라도 그 역시 계엄선포 전 단계에서 반대한 당사자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해당 글엔 참사로 인해 "글을 내려달라"는 반응이 쇄도했습니다. 친한(親한동훈)계 박상수 국민의힘 전 대변인도 페이스북 상으로 "전 국민이 슬퍼할 수밖에 없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빨리 글을 내리시면 좋겠다"라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을 찾아 '인명구조 최우선' 논평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말 제1당의, 민주당 대표고 현재 대선후보 1위로 달리는 분이 정말 국민과 안전에 아무 생각이 없는지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습니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 39분쯤 다시 올린 글에선 "일분일초가 시급한 위기 상황"이라며 "당국은 행정력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달라"라고 했습니다. 무안공항 사고 사망자만 28명 이상으로 알려진 시점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와 민주당도 사고 수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민주당이 내란 혐의로 인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뿐만 아니라 한덕수 총리까지 연쇄 탄핵하면서, 대통령·총리 권한을 동시에 대행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담이 쏠린 상황입니다.
정오 이후 무안공항 사고 사망자가 62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사고 항공기엔 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175명 중 한국인이 173명, 태국인이 2명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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