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분수령으로 꼽혔던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82)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1차 TV 토론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악수 없이 바로 토론에 돌입했습니다.
"충격과 절망" vs. "확실한 승리"
1차 TV 토론이 끝나자 민주당 (파란색)과 공화당 (빨간색) 진영에서 각각 나온 반응입니다. 대선 주요 경합 지역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토론회를 지켜보던 800여 명의 기자들은 토론 초반부터 '트럼프 승리, 바이든 패배'를 확신했습니다.
2020년에도 바이든 (야당 후보)과 트럼프 (현직 대통령)는 토론에서 2 차례 맞붙었습니다. 당시에는 트럼프가 바이든의 말을 끊고 막말을 해서 비난을 받았고, 노련한 정치인 출신이 바이든은 트럼프의 실정을 비교적 논리적으로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턴 매치에서 다시 만난 둘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여유 있고 자신감에 찬 반면 고령 논란에 봉착한 바이든은 말을 더듬었고 쉽게 흥분했습니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듯 몇 초간 허공을 보거나 트럼프가 발언할 때 입을 벌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토론 후 극심한 대선 패배의 공포에 빠겼다.
CNN
이번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CNN 조사에서 응답자 67%는 트럼프가 더 잘했다고 했고, 33%는 바이든이 나았다고 답을 했습니다. 토론 후 그동안 후보 교체론에 조심스럽게 대처했던 민주당과 뉴욕타임스 등 진보 언론에서까지 "지금이라도 바이든을 다른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미 예비 경선 절차를 통해 민주당 후보를 사실상 확정 지어 후보 교체가 쉽지는 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스스로가 물러난다면 8월 미주당 전당대회까지 다른 후보를 세우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선 토론 때 클린턴의 차분한 공격에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었습니다. 클린턴이 말하는 도중에 혼잣말하듯 고개를 젓고 흥분한 듯 말을 자르며 호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는 어조에 여유가 있었고 자신감에 넘쳤습니다. 바이든의 공격에 화내거나 비웃지도 않았습니다. 평소와 달리 낙태, 경제, 이민 등 첨예한 문제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내 생각은 이렇다.'라며 자신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인 NYT도 토론에서 트럼프는 비교적 절제되고 집중했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교훈을 얻은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패배자, 호구' 등 트럼프가 쓸만한 표현을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하자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어린애처럼 행동하지 말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바이든이 남부 국경의 이주자 통제에 대해 "총체적 대책"을 "총체적 금지"라고 잘못 말하는 등 실수를 했습니다. 또한, 보건 및 건강보험 관련 발언을 하면서 수초 간 말을 멈췄다가 대충 매듭짓기도 했습니다. CNN은 "바라보기에 참으로 고통스러운 장면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트럼프가 이날 수차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동문서답하며 말을 돌리거나 사실이 틀린 발언을 한 점은 문제로 지목되었습니다.